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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보

계약 끝나도 계속 살면? ― 시가 월세 논란과 보증금 반환 분쟁 정리

by 핑거프린스 2025.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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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여러가지 이유로 새로운 집을 구하지 못해 그대로 살고 있는 경우가 있다.

집주인은 “이제 계약한 월세로는 안 된다, 시세대로 다시 계산하라”고 요구하고,

세입자는 “보증금도 아직 안 돌려줬으면서 무슨 소리냐” 혹은 "계약한 월세로 내는 게 맞다"로맞섰다.

계약이 끝난 뒤의 점유는 과연 ‘공짜’일까, 아니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까.

이 질문에는 서로 다른 두 갈래의 법리가 존재한다.


 

첫 번째 갈래는 보증금이 이미 반환되었거나 반환 문제가 없을 때 등장한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계약이 종료된 뒤에도 부동산을 계속 점유·사용한 임차인은 시세에 해당하는 임료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대법원 2001. 6. 1. 선고 99다60535 판결 등).

 

임차인이 계약서를 근거로 내세우는 ‘낮은 월세’보다 시장 가격(시세)이 높다면, 그 차액까지 돌려줘야 한다는 논리다.

부당이득 반환 의무는 임대차계약에 기초한 차임 지급 의무와 근거가 다르다는 점도 강조된다.

그래서 임차인은 계약이 끝나는 순간 ‘악의의 점유자’로 분류되어,

시가 월세만큼 얻은 이익(부당이득)을 이자까지 붙여 토해내야 한다.

 

그런데 최근 한 판결이 흐름을 바꾸었다.

법원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법정임대차도 사실상 계약의 연장”이라며

세입자가 약정 월세만 지급하면 충분하다고 보았다. 시세 상승분을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세입자 보호를 강화한 듯하지만, 약정 차임과 부당이득 반환을 구분하지 않은 채 혼합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시장가치가 급등했을 때 집주인은 손해를 보고,

반대로 시세가 하락하면 세입자가 실사용 가치보다 많은 돈을 낼 수도 있어 형평성 논란도 남는다.

실무에서는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기 시작하면서 예측 가능성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 번째 갈래는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을 때 형성된다.

민법 제536조는 임차인의 명도 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가 동시에 이행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임차인은 “돈을 받아야 나간다”는 동시이행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때 임차인이 계속 거주하거나 영업을 해도 대법원은 “불법점유나 부당이득이 아니다”라고 판단해 왔다(대법원 1989. 10. 27. 선고 89다카4298, 1998. 5. 29. 선고 98다6497 등).

 

임차인은 정당한 방어 수단으로 점유를 유지하는 것이므로, 임대인이 보증금을 실제로 지급하거나 지급 제공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시가 월세를 청구할 수 없다.

물론 임차인이 명백한 이익―예를 들어, 매출 발생이나 재임대 수익―을 얻었다면 사정이 달라질 여지는 있다.

그러나 기본 축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임대인은 시가 월세를 청구하기 어렵다”로 요약된다.


결국 하나의 부동산, 하나의 계약 종료 상황에서도 결과는 극명하게 갈라진다.

보증금이 정상적으로 정산되었다면 시가 월세 논쟁으로,

보증금이 묶여 있다면 동시이행항변권으로 흐른다.

 

결국 계약기간이 끝난 뒤 임차인이 계속 머무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시가 월세를 내야 한다” 혹은 “약정 월세만 내면 된다”를 단정할 수는 없다. 보증금 반환 여부·시세 변동 폭·임차인의 실제 사용 방식 등 개별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이 미묘한 경계를 설명하고 조율할 책임은 중개사에게도 있다. 계약 체결 단계에서부터 이런 법리 차이를 정확히 안내해야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불필요한 분쟁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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