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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보

민간임대 분양 전환의 배신

by 핑거프린스 2025.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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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으로 거주하다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버텨온 임대주택 입주민들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있다.

 

최근 판교밸리제일풍경채를 비롯해 전국 곳곳의 분양 전환형 민간임대 아파트에서 비극이 시작되고 있다.

입주 당시 시행사 측이 구두로 약속했던 "시세의 70~80% 수준 분양"이라는 말이 지켜지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는 판결 때문이다.

법원은 민간임대주택법상 분양가 산정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구두 안내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리적으로는 하자 없는 판결일지 모르나, 사회적 상식과 정의의 관점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수억 원의 보증금을 맡기며 사실상 건설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했던 임차인들에게, 집값이 올랐으니 오른 만큼 전부 내놓으라는 요구는 '동업자 정신'은커녕 최소한의 상도의마저 저버린 처사로 보인다.

 

물론 '민간임대'라는 제도 자체에도 헛점이 있다.

공공임대와 달리 민간임대주택은 분양 전환 가격에 대한 규제가 전무하다.

사업자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고, 입주민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받아들이거나 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구조다. 집값이 폭등하던 시기에는 사업자에게 막대한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구조가 되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서민들에게 전가되었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민간 사업자에게 각종 혜택을 주며 장려했던 제도가, 정작 서민들에게는 시한폭탄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2030년까지 분양 전환을 앞둔 민간임대 물량이 4만 가구에 육박한다.

판교뿐만 아니라 청주, 인천, 위례 등 전국 각지에서 유사한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부동산 분쟁을 넘어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인다.

 

구두 약속도 약속이며, 기업의 이윤 추구도 사회적 책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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