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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보

펜스를 치면 집값이 오른다?

by 핑거프린스 2025.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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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아파트 단지가 점점 거대한 성체처럼 느껴지고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오늘날 아파트의 담장은 타인의 시선을 차단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경계선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최근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벌금까지 감수하며 펜스를 설치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주거의 가치가 ''단절'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씁쓸한 풍경이다.

 

서울 동대문구와 강동구 등지에서 펜스 설치가 집값 상승의 호재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입주민들에게 보안 펜스는 단순한 안전장치를 넘어, 단지의 고급스러움과 배타성을 증명하는 일종의 훈장처럼 여겨진다.

"펜스 공사가 끝나면 집값이 더 오르지 않겠느냐"는 입주민의 기대 섞인 목소리에는,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될수록 그 공간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의식이 투영되어 있다.

개방과 소통이 도시의 활력을 만드는 혈관이라면, 지금의 아파트들은 스스로 고립되기를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재건축 과정에서 용적률 혜택 등을 받는 대가로 일반 시민에게 개방하기로 약속했던 '공공보행통로'마저 막아버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강남의 일부 단지들이 벌금을 내면서까지 담장을 유지하려는 태도는, 법과 약속보다 입주민의 이익과 프라이버시가 더 우위에 있다는 위험한 인식을 드러낸다.

벌금을 마치 프라이버시 유지를 위한 '비용' 정도로 치부하는 이러한 행태 앞에서, 지자체의 행정력은 무력하기만 하고 법은 현실의 욕망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입주민들의 불안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외부인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나 소음, 보안 문제로부터 내 집의 안온함을 지키고 싶은 것은 당연한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방어기제가 도시의 흐름을 끊고 이웃과의 단절을 담보로 할 때, 우리는 과연 그 공간에서 진정한 안식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담장이 높아질수록 그 안의 결속은 강해질지 모르나, 그 결속은 타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양분 삼아 자라나는 기형적인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나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타인의 통행권을 제한하고 약속을 파기해도 좋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콘크리트 벽들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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