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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보

전세 갱신 거래 급증, 이동할 곳 없는 세입자의 현실

by 핑거프린스 2026.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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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월세 시장에서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갱신' 거래 비중이 전체의 40%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갱신 거래는 9만 8천여 건으로, 재작년 대비 2만 건 이상 증가했다. 과거에는 더 나은 환경이나 조건을 찾아 이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으나, 이제는 "보증금을 올려서라도 눌러앉겠다"는 것이 세입자들의 주된 선택이 되었다.

 

이는 단순히 주거 안정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시장에 마땅한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머무르는 수동적인 선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전세 매물의 절대적인 부족이 자리 잡고 있다. 신규 입주 물량은 줄어들고, 기존 세입자들은 갱신청구권을 사용하여 움직이지 않으니 시장에 유통되는 매물은 더욱 귀해질 수밖에 없다.

집주인들 역시 금리 변동성과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고려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여기에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의 불안으로 인해 아파트로 수요가 쏠리는 현상까지 겹치면서, 아파트 전세 시장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굳어지고 있다.

 

문제는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당장의 주거 안정에는 기여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가격 폭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갱신권 사용으로 인해 임차인들은 '2+2년', 즉 4년 동안은 시세보다 낮은 인상률로 거주할 수 있다.

하지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4년 동안 억눌렸던 보증금 인상분을 새로운 계약 시점에 한꺼번에 반영하려 할 것이다.

갱신 계약이 만료되어 신규 계약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전셋값이 계단식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의 안정은 가격 상승을 잠시 유예해 놓은 것에 불과하며, 그 청구서가 일시에 날아들 때 세입자들이 겪게 될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금 시장에 필요한 것은 갱신권이라는 제도적 보호막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갱신 기간이 끝난 이후를 대비한 근본적인 대책이다.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가격을 누르는 정책은 언젠가 한계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신규 주택 공급을 늘려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고, 임대인들이 전세 물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갱신권이 만료되는 시점에 발생할 수 있는 가격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세입자들은 4년 뒤 더 큰 주거 불안의 파도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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