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5172842
잠실 르엘 청약 소식을 보면 언론에서는 ‘앉아서 13억 번다’는 자극적인 표현을 쓴다.
송파구 신천동의 미성·크로바 아파트를 재건축한 대단지로,
분양가는 12억~18억대 수준인데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교하면 13억 가까운 시세차익이 예상된다는 이유다.
실제로 잠실래미안아이파크의 거래가를 보면 59㎡가 이미 26억 원대, 74㎡는 30억 원대까지 올라가 있으니,
청약 당첨만 된다면 ‘무조건 이익’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단지 입지도 좋다. 지하철 2·8·9호선이 맞닿아 있고, 학군이나 상권, 생활 인프라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이건 진짜 로또 맞네’ 싶은 조건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적인 진입 장벽이다. 후분양 단지라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납부 일정이 빠듯한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 때문에 주택담보대출로는 최대 6억까지만 가능하다.
나머지는 현금으로 채워야 하는데, 예컨대 18억짜리 평형을 노린다면 12억을 현금으로 준비해야 한다.
게다가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잔금 대출도 금지돼 있으니, 말 그대로 ‘통장에 현금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과연 이런 조건이 평범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가능한 일일까.
누군가는 13억 시세차익을 강조하며 ‘로또 청약’이라고 부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예 참여조차 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이쯤 되면 ‘로또’라는 말이 무색하다. 로또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지만,
잠실 르엘은 기본 조건 자체가 부자들에게만 열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현금 10억을 갖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일까.
여러 금융사들의 보고서를 보면 금융자산 10억 이상을 보유하면 ‘자산가’라는 칭호가 붙는다.
KB금융의 2024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이상 보유자는 약 46만 명, 전체 인구의 0.9% 정도에 불과하다.
상위 1%의 평균 순자산은 약 30억, 상위 0.1%는 76억이 넘는다.
금융권에서는 보통 10억~100억을 ‘자산가’, 100억~300억을 ‘고자산가’, 300억 이상을 ‘초고자산가’로 구분한다. 결국 현금 10억을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자산가 반열에 올라섰다는 뜻이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평생 모으기도 쉽지 않은 금액이고, 중산층이라고 불리는 다수의 가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엄두도 못 낼 숫자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청약을 ‘로또’라고 부르는 건 단어의 의미를 지나치게 소모적으로 쓰는 것 같다.
로또는 누구나 5천 원짜리 복권을 살 수 있고, 그중 극소수가 당첨돼 인생 역전을 이룬다는 개념이다.
솔직히 현 최저시급하에서 하루에 한 시간만 일하더라도 살 수 있는 게 로또아닌가?
하지만 잠실 르엘은 다르다. 당첨의 희소성이 아니라, 당첨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 자체가 이미 부자들에게만 열려 있다.
그러니 이것은 더 이상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로또가 아니라, ‘현금 자산가들을 위한 리그’에 가깝다.
그들끼리만 나눠 갖는 기회에 ‘로또’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청약 시장은 점점 이런 구조로 흘러가고 있고, 무주택자들에게는 기회가 아닌 좌절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결국 우리는 이제 ‘청약 로또’라는 표현 대신, 그들만의 리그라는 더 솔직한 표현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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