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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보

경매가 더 비싸다? 토허제가 만든 기이한 풍경

by 핑거프린스 2025.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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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경매가 유찰도 없이 첫 회차에 감정가보다 비싸게 팔려나가는 기현상은, 지금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꼬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실거주 의무라는 족쇄가 없는 경매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싸게 사려고 기웃거리던 곳이 이제는 웃돈을 줘야 겨우 낙찰받을 수 있는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인 지역에서 일반 매매로 집을 사려면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간 꼼짝없이 실거주를 해야 한다.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원천 봉쇄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그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탈출구가 바로 경매다.

그래서인지 요즘 경매 법정은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뒤엉켜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한번 유찰되기를 기다리며 눈치 싸움을 하던 여유는 사라졌고, 신건이 나오자마자 감정가를 훌쩍 넘겨 낙찰받는 '불장'이 연출되고 있다.

싸게 사는 게 미덕인 경매에서 시세보다 비싸게 사는 이 아이러니는, 규제가 만든 또 다른 형태의 공포 매수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달아오른 경매 낙찰가가 결국 일반 매매 시장의 가격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매가가 바닥 가격으로 인식되는 시장 논리상, "법원에서도 저 가격에 팔리는데 내가 왜 싸게 파느냐"는 집주인들의 심리가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에서는 "경매가 답이다"라고 부추기는 듯하지만, 경매는 여전히 일반인이 섣불리 진입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고 위험한 시장이다. 단순히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내면 끝나는 쇼핑이 아니다. 

등기부등본 뒤에 숨어 있는 권리 관계를 분석해야 하고, 낙찰 후에는 살고 있는 사람을 내보내야 하는 명도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이론적으로 권리 분석을 공부했다고 해도 실전은 다르다. 

체납된 관리비 폭탄을 맞을 수도 있고, 위장 임차인과 소송전을 벌여야 할 수도 있으며, 집 내부가 엉망이라 수리비가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올 수도 있다. 

시세보다 조금 싸게 샀다고 좋아했다가, 명도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추가 비용을 따져보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승자의 저주'에 빠지기도 한다. 

지금처럼 과열된 분위기에 휩쓸려 감정가보다 높게 낙찰받는 건, 경매의 본질인 '가격 메리트'를 스스로 걷어차는 위험한 도박일 수 있다.

어차피 내 그릇에 담지 못할 물건이라면, 쿨하게 보내주는 것도 험난한 부동산 시장에서 내 자산을 지키는 현명한 처세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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